오키나와에서만 파는 특색 담긴 술 "아와모리"
아와모리의 탄생
일본에서는 그 지역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며, 고유의 개성과 특색이 담긴 술을 지자케(地酒)라고 해요. 아와모리(泡盛)는 오키나와현에서 제조한 지자케로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증류주랍니다. 아와모리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 지금도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해요. 먼저 기록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류큐 왕국 시절에 수도 납병에다 담고 은 술잔(銀鍾)으로써 잔질하며 맛은 우리나라와 같았습니다. 또 남만국(南蠻國)의 술이 있었는데 빛은 누렇고 맛은 소주(燒酒)와 같으며, 매우 독하여 두어 종지를 마시면 크게 취하게 됩니다. 성종실록 10년(1478년) 6월 10일 1번째 기사
14, 15세기 무렵 태국에서 술 증류 기술이 유입되면서 류큐 왕국에서도 증류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제주도 사람 김비의가 표류했다가 류큐 왕국을 거쳐 돌아온 내용에 관한 기사가 성종실록에 실렸는데, 여기 등장하는 술이 남만국의 아와모리가 아니었나 추정되고 있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귀한 특산품
아와모리(泡盛)는 1671년 류큐 왕국의 쇼테이 왕이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이에츠나에게 바치는 헌상품 목록에서 최초로 등장해요. 오키나와의 가요집 오모로소시에 보면 고대에 마시던 미키(神酒, ミキ)라는 술이 등장하는데, 재료를 사람의 입으로 씹어 침으로 발효시킨 술이라 나오죠. 조선 시대의 지봉유설에도 유구국에서는 여자들이 쌀을 씹어서 만든 "미인주(美人酒)"를 제사에 쓴다고 기록되어 있죠.
발효주를 빚고 그 술을 증류한 소주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귀한 특산품이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 세조실록에 나옵니다. 오키나와의 유구 왕국에서 소주를 조선에 조공으로 바치니 조선의 임금이던 세조 역시 조선의 소주를 답례품으로 줬다는 기록이 있어요. 양국에 있어서 소주가 얼마나 귀중한 특산품이었는지 알 수 있죠?
왕가의 감독하에 빚을 수 있던 술
요즘은 오키나와 전역에서 생산할 수 있지만, 류큐 왕국 시절에는 수도 슈리에 위치한 '슈리산카(首里三箇)'라 불리는 이 세 마을에서만 주조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토리호리(鳥堀), 사키아먀(崎山), 아카타(赤田)가 왕으로부터 아와모리를 주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마을이었다고 해요. 오직 40개의 양조장만이 오키나와 왕정의 특별 관리 감독하에 소주를 만들 수가 있었답니다. 양조장에서 맛이 없는 술을 주조하면 처벌을 받는 등 왕정의 술을 만드는 데에 책임과 권한이 따랐답니다. 그렇게 제조된 귀한 술은 왕가와 귀족들이 사용할 수 있었고 서민들은 입으로 씹어서 빚은 술을 마실 수 있었다고 해요.
일본이 메이지 유신 체제를 거치면서 왕가의 양조장은 완전히 사라졌답니다. 누구나 술을 빚을 수 있는 민간 양조장이 들어섰고 경쟁체계로 돌입하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류큐 왕국이 직접 운영하던 양조장의 흔적은 남아 있답니다. 오키나와 나하시의 유구 왕국 궁전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리성(首里城) 주변에는 작고 아담한 아와모리 양조장이 여러 곳 남아 있지요.
한 차례의 위기와 극복
아와모리는 신주와 고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답니다. 신주는 숙성 기간이 3년 미만인 술이에요. 고주(古酒クース)는 성분 전체가 3년 이상 숙성되어야 쿠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술로 감칠맛, 단맛, 향기가 깊은 고급술이죠. 고주는 장기간 숙성할수록 술의 가치가 올라가죠. 수백 년씩 된 고주도 있었으나 오키나와 전투로 현존하는 것은 거의 없답니다. 슈리의 시키나 주조가 보관하고 있는 150년 된 고주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오키나와 전투 때 주조장 대부분이 파괴되어 아와모리를 만들 쌀조차 부족했다고 해요. 아와모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검은 누룩조차 잃어버려 한동안 술을 빚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폐허가 된 주조장에서 파낸 흙을 쌀에 뿌려 검은 누룩을 복원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한때 젊은이들이 서양에서 수입된 맥주와 위스키만 마시고 아와모리는 나이 든 사람이나 마시는 술 취급을 해서 아와모리 산업이 불경기를 겪기도 했죠. 아와모리는 오키나와의 자부심이 걸린 전통술이라 일본 본토로 시장을 확대하고 고급술인 고주 생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낸답니다. 그 결과, 오키나와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