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현에서 도자기 장인이 되어보자!
현대인에게 도자기는 예술 작품이 아닐까?!
지구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이 없었던 그때
용기, 그릇이라고 하는 것들을 만드는 기술이 대단한 발견이었던 시절부터
도자기가 생활용품이었던 과거를 지나 지금까지 도자기의 역사는 계속 되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잘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의 편리함과 같은 모양의 다른 디자인을 가진
다양함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생활용품이 아니고, 이제 어쩌면 도자기는 예술 작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도자기가 생활용품이던 그때는 만들면 팔리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선택 장애가 생길 만큼 용기, 그릇의 종류는
물론, 재질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풍요로운 시대에 11대에 걸쳐 물레를 돌려 만들어진 도자기를 가마에 굽는 공방에 도예 체험을 간다.
후쿠시마현 浪江町(나미에 마치)는 바닷가 마을로 예로부터 도자기의 원료가 채취되는 지역의 특성상
大堀相馬焼(오-보리 소마 야키)라 불리는 도자기가 유명하다.
약칭으로는 大堀焼(오-보리 야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고로 인해 2011년, 이 마을은 일시적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어 도자기를 업으로 사는 사람들을 포함,
모든 주민들이 피난을 해야 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大堀焼(오-보리 야키)의 장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있었고
피난처였던 가설 주택에서 다시 작은 가마를 들여 물레를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陶徳(스에토크)라고 하는 大堀焼(오-보리 야키)를 굽는 일가가 새로운 공방에서 이 전통을 이어가시는
장인이 계셨다.
陶 正徳(스에 마사노리) 상.
그분의 공방은 郡山(코-리야마)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011년 사고가 있고 나서 돌아갈 곳이 없던 스에상은 사이타마현으로 이주, 몇 년간 전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셨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유로 "300년에 걸쳐 大堀焼(오-보리 야키)를 지켜온 陶徳(스에 토크)를 내 대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날로 커져갔다." 고 하셨다.
부모님의 지인이 살고 있던 郡山(코-리야마)에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이용해 장소를 마련했다.
그리고 리폼을 통해 새로운 공방을 만들고 새로운 가마를 들였다.
2층에는 만들어진 작품이 진열되어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정들었던 곳과 내 손에 익숙하던 물레와 가마를 두고 새로운 곳, 새로운 도구로 전통을 이어가야만 했던
풍파 속에 스에상은 젊은 나이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기도 했었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현실은 일터를 잃었고,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충격임이 틀림없다 .
陶徳(스에토크)의 11대 장인 스에상.
작품 이야기를 하실 때의 눈빛은 장인의 고집 같은 것이 느껴졌다.
300년의 전통은 그냥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일들의 연속... 그 세월 속에 하나의 일만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相馬焼(소우마야키)의 다양한 작품들은 섬세했고 세월의 사연을 담은 만큼,
그만큼 크게 빛이 났다.
자연적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유니크한 작품부터 향 좋은 술을 따라
향을 음미하며 입술에 대면 촉감이 좋을 것 같은 잔들까지..
그런데 相馬焼(소-마야키)의 특징은 뭘까?!
발 빠르게 걸어가 두 손에 들어 보여주시는 카오리상. 11대 장인 스에상의 피앙세였다..
컵의 단면은 물레가 아니고 기계로 찍어낸 듯.. 얇은 도자기가 2중으로 만들어져
차가운 것을 넣어도, 뜨거운 것을 넣어도 손으로 만져들며 마시기 편안한 컵.
더불어 相馬焼(소-마야키)의 특징은 균열에 색을 넣어 균열을 살리고 달리는 말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나미에 마치는 말을 모시는 신사가 많아 相馬焼(소-마야키)에는 말 그림이 특징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다고..
스에상과 카오리상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동북부 대 지진으로 오사카에서 이 지방으로 자원봉사를 왔던 카오리상.
외국인 신분으로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던 나도 2011년 사고 당시 한국에서 귀국하라는 설득에
원전 사고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간이었는데..
오사카에서 이쪽 후쿠시마로 살러 가는 딸이 걱정되는 부모님으로부터의 반대도 컸을 테다..
相馬焼(소-마야키)에 담긴 음료를 마신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자기를 굽는 이들의 열정을 듣는다.
나도 한때는 학교에서 도자기를 구웠던 시절...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주변과 나의 의지에 의해 10년 넘게 해 왔던 그림을 포기해야 했고... 새로운 일에 뛰어든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 땅에서 다시 새로이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스에상의 작품 중에 재미있는 문양이 눈길을 빼앗았다.
별자리가 그려져 있었다.
조명에 가까이 가면 별자리가 전통을 지키려는 그들처럼 빛난다.